저작권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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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배우노조(SAG-AFTRA)와 영화·TV 제작자 연맹(AMPTP) 간의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들의 투표로 비준되었다. 이번 합의는 AI 사용에 대한 지침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영역에서 실연자의 권리와 보상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해 미디어 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수익 배분을 둘러싼 논의의 결과로 도입된 성공 보너스(Success Bonus)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배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새로운 형태의 분배금 - 성공보너스

기존의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은
실연자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등이 재사용될 때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상이다. 이 보상 방식은 오랫동안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실연자가 지속적으로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협회가 징수 및 분배하는 저작인접권료(재방료)와 유사하지만 많은 점에서 다르다. 재상영분배금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지난 호에 게재된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로가기]
반면, 성공 보너스는
스트리밍 시대의 독특한 시청 패턴과 수익 모델에 적합한 접근 방식이다. 성공 보너스는 특정 성공 지표를 만족시킨 프로그램에 대해 재상영분배금 외에 추가로 지급된다. 성공 지표는 미국내 시청수를 미국내 구독자수로 나눈 수치이며, 미국내 시청수는 첫 90일 동안의 스트리밍 시간을 전체 러닝타임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성공 지표가 0.2 이상인 경우, 즉 첫 90일 동안 미국내 구독자의 20%가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면 성공 보너스가 지급된다.1 오징어게임은 성공 지표를 충족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오징어게임은 공개 이후 첫 91일 동안 전세계에서 22억520만 시간동안 스트리밍 되었으며, 이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 스트리밍 된 기록이다.2
성공 보너스의 분배 방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성공 보너스로 책정되는 금액은 해당 프로그램의 연간 재상영분배금의 100%에 해당하며, 이 중 75%는 실연자에게 직접 지급되고 나머지 25%는 SAG-AFTRA와 AMPTP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성공 보너스 분배 기금(Success Bonus Distribution Fund)으로 운용된다.
해당 기금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실연자들에게도 분배될 수 있도록 하였고, 세부 지침은 각 대표자 간의 합의를 거쳐 수립될 예정이다.3 이러한 분배 방식은 일부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실연자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SAG-AFTRA는 전통적인 재상영분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성공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그 수혜를 함께 누리고자 했다.따라서 성공 보너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대중에 큰 성공을 거둔 경우 그에 따른 추가 수입을 얻게 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콘텐츠 성공이 실연자에게도 공정하게 보상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또한 이번 협상은 산업 발달에 따른 실연자들의 권리 강화와 새로운 수익원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평가되고 있다.
사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공 기반 보상방식은 미국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는 이미 유럽의 일부 국가에 적용되고 있던 방식이다. 독일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통해 프로그램을 최소 90% 이상 시청한 인원이 일정 기준 이상이 되면 추가로 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스웨덴 역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독일과 유사한 방식으로 특정 기준에 도달하면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우리 협회 역시 작년 8월부터 ‘OTT Original 실연자 권리보호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과 정기적으로 만나왔다. 그러나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의 심각한 적자 등의 문제로 발전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콘텐츠이자 약 9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익은 계약조건에 따라 넷플릭스가 독차지했으며, 24년 하반기 공개 예정인 오징어게임 시즌2 역시 성공 보너스는 커녕 재상영분배금 역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창작자 단체와 넷플릭스 간에 체결된 계약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과 같이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을 때 후속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충분히 보상하고 있다 주장한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제작진과 출연진에 일회성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보너스가 타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1회 출연료보다 적고 성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액임을 지적했다. 벌어들인 수익에 비하여 창작자에게 돌아간 몫이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플랫폼은 다양한 한국 콘텐츠 유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 실연자들과 동일하게 보상할 수 없다면, 국내 상황에 맞추어 한국 실연자도 콘텐츠의 성공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1. https://www.sagaftra.org/files/2023%20SAG-AFTRA%20TV-Theatrical%20MOA_F.pdf. p. 25-26.
2. https://www.netflix.com/tudum/top10/most-popular/tv-non-english
3. https://www.sagaftra.org/files/2023%20SAG-AFTRA%20TV-Theatrical%20MOA_F.pdf. p.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