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생성형 A.I의 활용

미국배우조합 SAG-AFTRA 파업의 쟁점 2

유건식   언론학 박사

KoBPRA WEBZINE vol.85

미국배우조합(SAG-AFTRA, The Screen Actors Guild and 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의 파업이 지난 7월 14일 시작한 후 118일간 지속되다 11월 9일 끝났다. 배우노조 파업에 대한 쟁점 중 하나인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은 지난호에 다루었고, 이번 호에서는 생성형 AI 관련 규정에 대해 정리했다.


미국배우노조 파업 결과


먼저 SAG-AFTRA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의 합의 사항을 소개한다. 11월 24일, 11월 10일 자로 작성된 128페이지 분량의 합의안1을 공개했고, 12월 5일 조합원 인준을 받았다. 파업을 종료하며 프란 드레셔(Fran Drescher) 위원장은 “10억 달러 이상의 딜을 이끌어 냈고, 이전 합의보다 3배를 얻어 냈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렸고2, 여기에는 복리후생 플랜에 추가하는 3억 1,720만 달러가 포함된다. 또한, 전에 없던 AI 대한 상세한 기준(guardrails)이 마련되었고, 흑인 배우의 헤어와 분장 전문가 확보(hair and makeup equity), 대폭 증가한 보조출연자 보상, 확대된 스트리밍 재상영분배금, 새로운 스트리밍 성공 기금 등이 포함됐다.3


주요 결과로는
첫째, 최저 임금의 인상이다.
연기자는 올해 11월 9일부터 7%의 임금인상과 2024년 7월 1일 4%, 2025년 7월 1일 3.5%의 인상을 쟁취했다. 보조출연자(background actors) 등은 올해 11% 인상과 향후 2년은 연기자와 동일하다.


둘째, 스트리밍 보너스로 성공지표(success metric)가 0.2 이상인 경우 지급된다. 성공지표는 국내 시청수(domestic views)를 국내 구독자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국내 시청수는 국내 첫 90일 동안 영화나 TV쇼 에피소드들의 스트리밍 시간을 총 런닝타임으로 나눈 수치다. 보너스의 75%는 연기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새로운 스트리밍 보상 분배 기금으로 사용된다.


셋째, 시청 통계 공개이다. 고예산 스트리밍 프로덕션의 경우 프로듀서는 매 분기마다 미국과 캐나다 및 해외에서 스트리밍된 총시간을 공개해야 한다. 이는 배우가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넷째, AI 사용의 제한이다. 영화 및 TV 제작자는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을 제작하고 사용하려면 배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해당 디지털 복제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 배우들은 디지털 복제본이 수행하는 작업에 대해 통상적으로 지급받았을 일수에 대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다섯째, 최소 보조출연자의 숫자이다. 서부 보조출연자의 경우 뉴욕 기준으로 증가시키도록 했다. TV 프로그램은 22명에서 25명으로, 장편 영화의 경우 57명에서 85명으로 늘어난다.

여섯째, 로케이션 보너스이다. 촬영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 6개월간 200% 인상된 최대 월 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생성형 AI 배우 제도적 기준 마련


이번 배우 노조 파업의 결과로 AI 배우에 대한 제도적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되었다.5 영화 및 TV 제작자는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을 제작하고 사용하려면 배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해당 디지털 복제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 즉, 제작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AI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도 디지털 변경(Digital Alteration)은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편집 기법이나 CGI, VFX 등을 사용한 배우의 연기에 대한 약간의 수정, 외국어에 맞추기 위한 배우의 입술, 얼굴, 몸짓, 목소리 등의 조정, 해외 판매를 위한 대화나 사진의 변경은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이를 넘어서는 모든 디지털 변경은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배우가 사망했더라도 AI를 사용해 배우의 외형을 복제해 생성 및 사용하려면 사전 동의(사망 시 유족 혹은 초상권 보유자)를 받아야 한다.6 그러나 연기자의 생존 동안 허용한 동의는 별도의 명시적 제한이 없었다면 사망 이후에도 유효하다.



issue2


일부에서는 AI관련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계약에서 합성 연기자가 배역을 맡을 수 있도록 했는데 SAG 이사인 저스틴 배이트맨(Justine Bateman)은 금지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AI 도구를 훈련하는데 배우 연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고, 고용조건으로 자신을 스캔하거나 복제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7 결국 이번 AI 보호 조치의 합의는 장기적으로 그들의 시각으로 봤을때 일자리를 보호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며 투표에 반대하기도 했다. 작가 노조의 경우에는 작가 노조와 AMPTP가 1년에 2회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고, 작가들은 초고를 작성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할지 선택할 수 있으나 제작사가 강요할 수는 없으며, 스튜디오는 작품이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데 이용된 경우 작가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합의했다.8


이번 합의에 따라 생성형 AI(Generaive Artificial Intelligence) 항목이 추가되었다. 여기에는 챗GPT4,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2(Dall-E2) 등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하고 해당 패턴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AI를 통해 생성되는 합성 연기자(Synthetic Performers)의 사용은 AMPTP가 비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의 첫 번째 일요일 이후에 본 촬영이 시작하는 영화에 적용된다.

합성 연기자는 디지털로 생성된 자산(asset)으로
1_ 자연인 연기자라는 분명한 인상을 주려고 의도하고 만들어져 실제로 그러하며,
2_ 자연인의 목소리를 쓰지 않아야 하며,
3_ 디지털 복제물이 아니며,
4_ 합성 연기자가 연기하는 역할에 자연인 연기자의 고용 계약이 없어야 하는 조건을 갖고 있다.


제작자는 인간 역할에 종사했을 연기자를 대신하여 합성 연기자가 사용되는 경우 노조에 통보해야 하며 적절한 보상을 위해 성실하게 협상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9 제작자가 눈, 코, 입, 귀 등 특정한 자연인 출연자의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주요 얼굴 특징을 갖는 합성 연기자를 만들었다면 식별된 자연인 연기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영상과 관련하여 합성 연기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연인 연기자와 협의해야 한다. 이 조항은 특정 자연인 출연자의 인식 가능한 주요 얼굴 특징이 설명된 방식으로 두 명 이상 사용되는 경우(예: 연기자 1은 눈, 연기자 2는 입) 식별된 자연 출연자 각각에 적용된다.
노조와 제작자는 생성형 AI 시스템을 훈련하기 위해 사용된 사진이나 음성이 있다면 적절한 보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10


생성형 AI 활용의 확대 예상


이번 합의를 통해 앞으로 제작에 AI의 활용이 활성화될 것이다. 영국의 신세시아는 버추얼 아바타로 전문 비디오를 만들 수 있도록 했고, 소울 머신은 디지털 휴먼을 만들었으며, MARZ는 배니티 AI 툴을 이용하여 나이든 배우를 젊은 얼굴로 바꿔주기도 하며, 플로리스(Flawless)는 딥페이크로 입 움직임과 얼굴 표정을 편집할 수 있으며, 원더 다이내믹스는 이전 영상에서 몸짓과 특징을 추출하여 새로운 피사체를 만들어 냈으며, 메타피직(Metaphysic)은 톰 크루즈를 담은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산업 1,5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콘텐츠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비율이 7.8%로 나타났다. 창작(59.8.%)과 제작(12.8%) 환경에서 생성형 AI 도입 비율은 72.6%에 달한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툴의 효율화와 콘텐츠 직접 생성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11

KT는 가상인간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해 주는 ‘KT AI 보이스 스튜디오’12와 ‘KT AI 휴먼 스튜디오’13 서비스를 출시했다. AI가 생성한 다양한 AI 목소리와 휴먼 모델을 선택하는 등 텍스트 입력만으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웹 서비스다. AI 휴먼 모델은 모두 실존 인물이 아닌 이미지 생성 기술을 통해 만들어 낸 가상 캐릭터로, 초상권과 저작권 제약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아나운서, 앵커, 강사, 쇼호스트부터 상담사, 경찰관, 소방관, 승무원, 대학생, 한복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의상을 제공한다.14 이렇게 AI를 활용하면 성우나 연기자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이처럼 AI가 더욱 정교화할수록 연기자에게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 노조가 118일이나 파업을 이어갔다. 이번 SAG-AFTRA 파업의 수석 협상가인 던컨 크랩트리(Duncan Crabreee-Ireland)는 데드라인(Deadline)과의 인터뷰에서 AI에 대한 합의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있으나 SAG-AFTRA가 협의를 시작할 때 요구한 필수 사항은 얻어냈고, “조합원을 위한 정교하고 실행 가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매우 좋은 출발”이라고 밝혔다.15 한편, 최근 이코노미스트16에서 “셀럽들은 AI에 관한 불만을 강하게 쏟아내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AI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옴니스타(Omnistar)’의 등장이 머지않았다고 언급했다. 옴니스타는 ‘모든 곳, 모든 것, 모든 방식’을 뜻하는 접사 ‘옴니(omni-)’와 스타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온 세상 모든 매체를 점령하는 셀럽을 뜻한다. AI를 통해 더 많은 셀럽이 활동하게 되면 연기의 세계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AI를 비롯하여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계속 빨리지고 깊어질 것이므로 연기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끊임없이 AI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https://www.sagaftra.org/files/2023%20SAG-AFTRA%20TV-Theatrical%20MOA_F.pdf
2. https://www.instagram.com/p/CzaC3W3RG47/
3. https://www.sagaftra.org/tvtheatricals-contracts-memorandum-agreement-available-review
4. https://www.cbsnews.com/news/sag-aftra-contract-deal-agreement-actors-ai/
5. https://thecore.media/nov_w3_news_briefing/
6. https://www.sagaftra.org/files/2023%20SAG-AFTRA%20TV-Theatrical%20MOA_F.pdf. p. 69.
7. https://www.hollywoodreporter.com/business/business-news/sag-aftra-ratification-vote-debate-ai-1235711336/
8. 한국콘텐츠진흥원(2023). 2023년 미국 작가조합 파업의 의의. 미국 콘텐츠 산업동향. 2023년 16호. 14쪽.
9. https://www.sagaftra.org/files/2023%20SAG-AFTRA%20TV-Theatrical%20MOA_F.pdf. p. 69.
10. https://www.sagaftra.org/files/2023%20SAG-AFTRA%20TV-Theatrical%20MOA_F.pdf. p. 70.
11.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2023). 콘텐츠산업 2023 결산 2024 전망. 10쪽.
12. https://aivoicestudio.ai/
13. https://aihumanstudio.ai/
14.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209
15. https://deadline.com/2023/12/duncan-crabtree-ireland-interview-sag-aftra-ratified-contract-1235654288/
16.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3/11/09/how-artificial-intelligence-will-transform-fame
이미지 © www.wired.co.uk © varie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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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

KBS 시청자서비스부/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전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소장.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 리더스포럼 위원을 맡고 있으며, 제46대 한국언론학회 이사와 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미래포럼 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광운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 방송 콘텐츠의 미래를 열다』『넷플릭소노믹스』『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등이 있다. 올해 11월 『OTT 트랜드 2024』를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