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위드 코브프라

협업의 예술,
연출부의 세계

연출부 하성영

KoBPRA WEBZINE WRITE.S vol.84  INTERVIEWER 차영남  

연출에서부터 미술과 소품까지, 다양한 재능으로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연출부의 하성영 씨를 만났다. 현장감 넘치는 촬영장의 에피소드와 다양한 팀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드라마 연출팀에서 일하고 있는 하성영입니다.
미술팀, 소품팀, 연출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각 분야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연출부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파트별로 촬영 준비(프리 프로덕션)를 하고, 프리 프로덕션 때 준비했던 것을 바탕으로 촬영 시(프로덕션) 내부 진행을 하는 팀입니다. 감독님과 함께 공유한 것을 기반으로 다른 팀들과 소통하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미술팀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팀입니다. 공간을 시나리오 내용과 고증에 맞게 어떻게 꾸밀 것인지 고민을 하죠. 예를 들어 한 등장인물의 집이라고 하면 이 인물의 성격이 어떤지 모든 부분을 생각해서 공간을 디자인합니다.
이렇게 디자인된 공간에 맞는 소품을 채우는 역할이 바로 소품팀입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소품들을 준비하는 팀이죠.

연출부는 주로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요?
보통 전체적인 운용과 현장 진행을 하는 조감독과 캐스팅을 비롯한 등장인물(단역, 이미지 단역, 보조출연 전체 포함)을 맡는 인물 담당 조감독, 그리고 공간을 담당하는 미술 담당 조감독이 있어요. 작품의 크기에 따라서 인물 담당 조감독의 서브로 의상 분장을 담당하는 조감독, 미술 담당 조감독을 서브하는 소품 담당하는 조감독도 있습니다. 물론 인물 담당 조감독이 의상과 분장을, 미술 담당 조감독이 소품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독님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아요.
네, 연출부에서 감독님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해요.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감독님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가’에요. 이 부분은 연출팀 뿐만 아니라 모든 팀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연출부 내부 씬 바이 씬(SCENE BY SCENE: 각 씬 별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장면 별로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것) 작업에서 엄청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감독님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도 모두 기록을 해 두죠. 가끔은 준비 과정에서 감독님이 “내가 이런 것까지 이야기 했어?” 라고 물어 볼 때가 있는데, 그 때 이 내용은 언제 무슨 회의에서 어떤 레퍼런스를 들면서 이야기 했는지까지 말씀드리면 감독님들이 항상 놀래시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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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팀과 소품팀은 특별한 관계가 있는 분야처럼 느껴져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맞습니다. 매우 밀접한 관계에요. 실질적인 협업 관계이며 서로 중요한 관계죠. 공간 디자인과 미술 콘셉트를 결정하는 팀이 미술팀이면, 그에 맞는 소품들, 즉 소도구들을 준비하는 팀이 소품팀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잔치 장면을 준비해야 한다고 할 때, 미술팀은 각종 고증과 레퍼런스 등을 활용해서 어떻게 세팅을 할 것인지 플랜을 세웁니다. 그에 맞게 소품팀에서는 조선시대에서 활용했던 도자기, 접시 등을 준비하는 거죠. 시대극인데 현대극에서 사용할 만한 플라스틱 접시를 가지고 오진 않을 테니까요(웃음). 플랜을 세워 디자인을 하는 팀이 미술팀, 디자인 된 플랜에 맞게 소품들을 준비해주는 팀이 소품팀인 것 같아요.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이죠.
미술팀, 소품팀 경력이 있어 연출부 생활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도움은 미술팀과 소품팀의 제작 과정을 이해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이것입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가 아니라, ‘실제 소품으로 받아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이 날까지는 정리를 해서 전달을 해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이런 부분까지 같이 전달을 해야겠다.’와 같은 기준이 생겼어요.
미술팀과 소품팀은 마감기한에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한을 정해 전달함으로써 업무를 진행하는데 순차적으로 정리 할 수 있게끔 제 스스로 계산과 판단이 가능해 진 것 같아요.
스릴러, 군대물, 사극,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셨는데 특히 신경이 더 많이 가는 분야가 있을까요?
각 장르마다 생각할 것들이 많은데요. 시나리오의 개연성 및 연결성과 고증에 대해서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군대물, 사극에 대해서는 고증에 대해 여러 번 체크 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작품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을 만한 요소가 있다면?
요즘 유튜브에 많은 영상들이 있죠.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을 만한 요소는 유튜브에서 많이 찾습니다. 재방송이나 다큐멘터리에서요. 물론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 플랫폼에서도 많이 찾는 편이고요. 밴드와 관련된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소극장 같은 작은 공간에서의 촬영 장면이었어요. 그때도 유튜브에서 외국 밴드의 인디즈 영상을 참고하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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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현장에서 활동하셨나요? 현장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처음에 시작하게 된 건 대학 교수님의 단편 영화 제작 현장이었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움직이며 협업하는 상황이 신선했죠. 그 이후에 좋은 기회를 만나 장편영화 제작에 참여했는데, 당시 저와 나이가 비슷한 스태프들이 많아서 더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나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이런 점이 저에겐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 매력에 빠져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웃음)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막내 시절의 생활이 궁금해요.
막내 때는 현장이 항상 새롭고 즐거워서 특별히 어려웠던 기억은 없어요.(웃음) 저는 하나의 작품이 끝나면 힘들었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미화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즐거운 일만 기억에 담아두는 편인 것 같아요. 막내 때보다 오히려 요즘 고민이 있는데, 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게 맞나?’ 하는 의심이 계속 들어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이겨내 봐야죠.
현장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모든 팀의 함께 협업해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무사히 마쳤을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모든 작품에서는 중요도가 큰 분야가 있습니다. 촬영이 어렵다거나, 품이 많이 들거나,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장면 등등….

예를 들면 <신병 1>에 심진우 병장이 3 생활관을 찾아가서 세탁 세제를 뿌리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은 시나리오 나왔을 때부터 걱정했던 게 바로 ‘원복’이라고 하죠. 어떻게 원상복구를 하는가가 큰 숙제였어요. <신병>은 항상 풀 샷 촬영 후 타이트한 앵글을 마스터 샷으로 촬영했어요. 심진우 병장이 풀 샷으로 세탁 세제를 뿌리고… 컷! 오케이! 가 나자마자 연출, 제작, 미술 모든 팀이 달라붙어 모포를 털고 바닥에 세제를 쓸어가며 다음 컷 촬영을 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어요. 그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 무사히 촬영이 종료되고 각 팀에게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가 전우애도 느껴지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인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협업이다.’라는 말처럼 일차원적인 경험이었지만 정말 뿌듯했던 순간 중의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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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leh TV. Ena 드라마 <신병1>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과 인사 부탁드립니다.
2023년도 상반기 추운 겨울부터 열심히 달려와서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하려고 합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을 정주행하면서, 하반기에 있을 작품을 위해서 제 자신을 좀 정비하려고 해요.
이렇게 좋은 기회에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저의 경험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