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OTT시대,
소외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시 주목받는 '보편적 시청권'

금준경  미디어오늘 취재1팀장

KoBPRA WEBZINE vol.86

세상은 미디어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1989년생인 필자의 학창시절 친구들과 대화의 소재에는 항상 실시간 TV방송이 있었다. ‘어제 그 프로그램 봤어?’라고 운을 떼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드라마 속 대사나 개그 프로그램 속 유행어는 빠르게 번져갔다. TV는 누구에게나 접근이 어렵지 않은, 우리에게 가까운 미디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더글로리’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여러 광고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여러 방송에서 패러디하거나 대사를 따라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겐 ‘맥락’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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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OTT의 시대가 됐다. 10년 전만 해도 OTT라는 말조차 생소했지만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독점 콘텐츠를 말한다. 넷플릭스는 직접 투자하는 대신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제공 받는 방식으로 서비스의 차별화를 꾀했고 다른 사업자들도 경쟁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이전에도 국내 OTT 서비스가 있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TV 콘텐츠의 ‘다시보기’ 콘텐츠를 모아놓은 서비스였다.
‘오징어게임’, ‘킹덤’, ‘더글로리’, ‘DP’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뒀다.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무빙’, 티빙의 ‘환승연애’ 등 경쟁 OTT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성공사례도 줄을 이었다. 이제 OTT는 방송콘텐츠 다시보기를 하는 공간이 아닌 독점 콘텐츠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이 됐다.


스포츠 중계도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토트넘 초청 축구 경기와 2022년 세계 배구선수권대회를 ‘독점’ 중계했다. 국내 OTT 가운데 최초로 전체 중계권을 독점한 사례다. 과거에도 OTT가 스포츠중계권을 확보한 사례는 있었지만 TV중계권을 방송사가 갖고 OTT는 온라인 중계권만을 갖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쿠팡플레이와 같은 전체 중계권 독점 사례가 확대되면 앞으로는 스포츠경기를 TV에서 볼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선 지난해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미식축구 경기인 NFL과 프로야구 MLB 뉴욕양키즈의 21개 경기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적자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용자 유치에 효과를 끌면서 사업자들은 점점 힘을 싣고 있다. 손흥민 출전 경기를 독점 중계한 쿠팡플레이의 지난해 6월 월간 순이용자는 전월 대비 20% 가까이 올랐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앱의 주간 이용자수 추이는 ‘무빙’ 공개 직후 전주 대비 93%(75만→145만) 증가했다. 넷플릭스 역시 ‘오징어게임’, ‘킹덤’, ‘더글로리’ 등 큰 성공작이 나올 때마다 이용자 수가 늘었다.



소외 받는 TV 시청자들


OTT 쏠림 현상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신작 드라마 대본은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서비스에 먼저 제안이 들어가고 성사되지 않은 대본이 방송사로 향하는 상황이다. 방송사가 운영하는 제작사들도 OTT 콘텐츠 제작을 우선시한다. 방송가에선 제작비 상승과 투자 여력 부족, 광고시장 침체 등으로 드라마 제작 여건이 악화되고 제작 편수도 나날이 줄고 있어 실시간 TV의 볼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OTT로 쉽게 환승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90% 이상의 OTT 이용률을 보인 반면 70세 이상은 34.9%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OTT의 범위를 유튜브까지 확장했는데, 실제 돈을 내고 보는 유료 구독형 OTT에선 고령층 이용자 비율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OTT를 TV로 이용하기 위해선 스마트TV를 구매해야 하는 데다 유료 구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보려도 해도 앱을 다운로드 받고 설치하는 절차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정보소외계층이 OTT 소외계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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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소외 문제 대응 필요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의 표현을 그대로 해석하면 누구나 시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지만 실제 방송법상 이 개념은 ‘국민적 관심사인 국제 스포츠 경기에 대해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경기는 대다수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보편적 시청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OTT는 법적으로 방송이 아니다. 현재 OTT는 인터넷 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방송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로 쿠팡플레이가 올림픽 전체 중계권을 독점해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둘째, 보편적 시청권의 장르적 범위를 스포츠가 아닌 다른 장르까지 확장해야 하는데 기준을 정하기 까다롭다.


우선은 현재의 OTT중심 미디어 이용이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2022년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한국방송산업 발전을 위한 실시간 방송 생태계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보편적 서비스가 축소되고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시간 방송 약화는 시청자 권익보호, 민주주의 여론형성 등 기능 수행에 어려움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디지털 복지, 방송 복지도 약화될 수 있다. 실시간 방송 위축시 소외를 받는 고령층의 경우 방송미디어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OTT를 보지 못하는 건 단순히 ‘인기 신작의 내용을 모른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OTT가 기존 실시간 TV 영역을 잠식해 나가는 만큼 미디어 중심 세상에서 소외되고 이는 시청자 권익 보호와 여론형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따라서 ‘보편적 시청권’ 개념의 재검토를 포함해 미디어 소외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소외계층의 키오스크 이용이 어려운 점이 문제가 되자 미디어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예산을 마련하고 각종 교육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 우선 미디어 소외계층이 겪는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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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경

미디어오늘 취재1팀장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과 졸업. 경상국립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2021년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 보도상과 2022년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챗GPT의 두 얼굴>, <유튜브 쫌 아는 10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