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드라마 데뷔기

배우 남태우


배우 남태우의 스케치북에는 아직 많은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을 묵묵히 채워가는 그는 자신의 별명인 ‘비버’처럼 마냥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와 다른 반전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배우 남태우를 그리고 있다. 화면 속으로 들어온 최일구 상병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인물처럼 너무나도 능청스럽게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자신만의 듬직한 ‘진정성’ 만들고 있는 배우 남태우를 만났다.

 INTERVIEWER 배우 차영남   PHOTO 루트비컴퍼니
안녕하세요. 남태우 배우님, 배우 차영남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최근 근황부터 시작해볼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청자분들께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은 배우 남태우라고 합니다. 요즘은 ENA 드라마 <신병>의 스핀오프 예능인 <신병캠프>가 방송 중이고요, 4월 예정된 <신병2> 촬영 준비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달 전 결혼한 새신랑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데뷔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싶어요.


어떤 계기로 배우의 길을 선택하셨나요.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남 앞에 서는 일에 호기심이 많은 성향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는 학교 앞에서 받은 오디션 광고지를 챙겨와서 참가하고 싶다고 어머니께 조르기도 하고, 친구들과 UCC를 열심히 만들어 싸이월드에 올리기도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필름메이커스’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대학교 졸업작품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용감하게 신청서를 냈고 정말 운 좋게 배우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도전했지만, 결론적으로 돈은 벌지 못했어요. (웃음) 그래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얻었으니 꽤 좋은 시도였죠.
한 달 정도 연습하고 한 달 동안 촬영이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이 저에게 연기에 대한 작은 불씨를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부모님은 대학 진학을 원하셨죠. 하지만 제 마음엔 이미 연기에 대한 불씨가 커지고 있던 터라,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연기학원 등록과 연극영화과 진학에 대한 포부를 말씀드렸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어요.


연기 지망생 남태우를 생각하면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오르세요?
아무래도 첫 연기를 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의 졸업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촬영이 시작되고 3주 정도 지났을까, 감독님이 저에게 오셔서 “사실 처음에는 너를 캐스팅할 생각은 안 했어. 네 역할을 맡은 친구가 다른 스케줄이 생겨서 너한테 연락 한 거야, 그런데 지금은 널 뽑길 정말 잘한 거 같다."라고 하셨어요. 그때 ‘아,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뿌듯함과 성취감을 엄청나게 느꼈죠. 그때 감독님의 한마디가 제가 배우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한 큰 원동력 중의 하나가 되어준 것 같아요. 벌써 14년도 훌쩍 지난 기억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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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전공자였던 대학생 시절의 경험 중, 지금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혹은 지금 다시 연기 전공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준비를 꼭 하고 싶으세요?
저는 수원대 연극영화학부 연극과를 졸업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연기실습, 이론, 무대제작, 스탭 실습 등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지만 제일 크게 깨달았던 건 공연이든 영상매체든 연습할 때 혹은 준비할 때 제가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느낀 경우엔 꼭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반면 준비 과정이 힘들고 귀찮아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을 때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결과도 좋았어요.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잘 몰랐던 20대 초반에 그런 경험을 미리 해본 것이 저에게 아주 큰 양분이 된 것 같아요.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미숙했던 부분, 실수했던 부분을 더 잘 해낼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곤 싶지 않아요. 그때 겪은 부족한 점도 저에겐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니까요.


현재 루트비컴퍼니 소속 배우로 활동 중이신데요. 소속사에 들어가기로 한 계기나 과정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소속사 없이 일할 때 다른 배우들은 회사를 어떻게 들어갔는지 너무 궁금해서 현장에 갈 때마다 동료 배우들에게 항상 묻곤 했어요. 지인을 통해서, 현장에서 친해져서, 직접 회사 오디션을 신청해서 등등 대답이 한명 한명 모두 다 다르더라고요. 현재 제가 소속되어 있는 루트비컴퍼니는 요즘 많이 쓰는 용어로 ‘스타트업’ 소속사에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실장님, 이사님과 너무 돈독한 관계였는데 때마침 저를 불러주셔서 큰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제가 1호 배우입니다. (웃음)

2018년 드디어 첫 드라마 데뷔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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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파도야 파도야> 출연 당시 남태우 배우



누구에게나 ‘첫’이라는 경험이 주는 기억이 특별한데 배우님은 어떠신가요?
네, 2018년 KBS 아침드라마 TV소설 <파도야 파도야>가 저의 첫 데뷔작입니다. 요즘은 미니시리즈가 많아서 촬영 기간이 짧은 편인데, <파도야 파도야>는 자그마치 143부작이었어요. 촬영만 거의 8개월 동안 했어요. 긴 촬영 기간과 지금은 접하기 힘든 쓰리캠 경험은 당시 갓 데뷔했던 저에게 큰 경험이 되어주었어요.
첫 데뷔작은 절대 잊을 수 없죠. 특별히 저에겐 데뷔작이 결정될 때 기억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당시 소속사에 들어간 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디션에 참가했어요. 첫 오디션인 만큼 있는 최선을 다해 오디션에 참가하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소속사 이사님께서 대뜸 “너 도대체 오디션을 어떻게 본 거야?”라며 물어보셨어요. 순간 아, 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죠. 그런데 이사님이 바로 웃으시면서 “축하한다. 너 오디션에 합격했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몇 초 안 되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더라고요.


배우로 데뷔하시고 작품을 하시면서 마주하는 힘든 순간이나, 또 반대로 짜릿할 만큼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도 궁금해요.
지금도 꽤 살집이 있는 편이긴 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체중 유지(?)가 가장 힘들었어요. (웃음) 2년 전에 112kg까지 체중이 불어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뭐, 살찐 것도 캐릭터지’ 하고 나름 합리화를 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드라마 미팅 현장을 방문했는데, 어떤 감독님이 “지금처럼 살이 너무 찌면 다양한 캐릭터를 맡기 힘들 텐데...”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속상했지만 뭐라고 반박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당시 그 조언이 꽤 긍정적인 ‘충격 요법’이 되어주었는지 이후로 20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희열을 느낀 짜릿한 순간도 많죠. 많은 경우가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기분 좋게 “오케이~!”라고 해주시면 겉으로 티는 잘 안 내지만 아드레날린이 마구 샘솟는 것 같아요. 그리고 꽤 흡족하게 촬영을 마치고 완성된 작품을 TV나 스크린을 통해 볼 때 정말 행복하죠.

배우라는 직업은 화려하게 보이는 만큼 현장에서 경험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을 잘 극복하는 배우님의 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아직 저를 아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모든 오디션마다 배우 남태우라는 사람의 매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보여드려야 한다는 게 쉽지 않죠. 그래도 힘들게 오디션을 보고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는 큰 힘이 되는데 늘 그렇지는 않다 보니, 오디션의 합격, 불합격을 떠나 오디션 당시 유난히 냉담한 반응과 무관심을 경험하면 그날은 하루 종일 속상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그때마다 특별한 극복 방법을 일부러 찾는 편은 아니에요. 이런 모든 과정이 배우가 되기 위한 숙명이고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부딪치면서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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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굿바이 마이 프렌드>, <인턴형사 오견식>, <이것은 너의 힘>, <오월의 청춘>



배우 남태우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습량이 엄청난 걸로 들었습니다.
우선 저 스스로 핑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많은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무언가 잘 해내지 못했을 때 ‘아 연습을 조금만 더 했더라면 잘했을 거야...’ 라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하나의 캐릭터를 믿고 맡겨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이 연습의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특별함으로 기록된 작품이 있으실까요?
당연히 작품 하나하나 모두 저에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최근 방영을 마친 <신병>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처음 군복을 입고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부터 마지막 촬영 때까지 한순간 한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배우 남태우라는 타이틀과 얼굴을 제일 많이 알릴 수 있는 작품이었고 앞으로 계속 배우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원동력을 불어넣어 준 작품이기에 더 각별한 것 같습니다. 저에겐 정말 고마운 작품으로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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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이야기를 더 여쭤보고 싶어요. 당시 드라마가 방영될 때 원작 중 최일구 상병과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캐스팅 과정 지금 제작 중이라고 소개해주신 <신병2> 홍보도 부탁드려요.
사실 저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즐겨보는 타입이 아니라 원작 <신병>은 몰랐어요. 그런데 유투브를 볼 때마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서 “장삐쭈 작가 <신병>”이라는 타이틀이 자주 눈에 띄어서 이건 뭔데 늘 인기가 많은 거지? 하고 호기심에 눌러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처음 클릭한 날에 모든 에피소드를 정주행했죠. ㄴ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즈음 소속사에서 <신병> 오디션이 잡혔다고 하시는 거예요.
보통은 오디션 기회가 생기면 "감사합니다”라고만 하는데, 그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 이 작품 꼭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이 나왔어요. 오디션 준비를 할 때는 사실 ‘박민석 역할을 준비해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보내주신 지정 대본을 보니 최일구 상병 역이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최일구 역을 맡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나 봐요. (웃음)
역할이 정해지고 나서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1차 오디션을 마쳤는데 감독님 반응이 너무 좋으신 거예요. 그날 분위기로는 “아.. 나 이제 붙은 건가?” 하며 기분이 좋았는데 1차 오디션 후 2차 오디션 연락이 올 때까지 한 달이나 걸렸어요. 기다리던 그 한 달 동안 거의 휴대폰만 보고 지냈던 것 같아요.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오디션을 통과했고, 저의 간절함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죠. 당시 벅찬 마음에 길에서 소속사 이사님께 큰절한 기억이 나요.
감사하게도 <신병1>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시즌2>는 아무래도 시즌1 후반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강찬석, 성윤모의 뒤를 이을 강력한 ‘빌런’이 과연 누구일지 기대하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신병2>도 많은 기대해 주시고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배우님은 _____________ 한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욕심나는 캐릭터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도 있으신가요?
저는 ‘스마트’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이유는 요즘 세상이 엄청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앞으로 연기, 대중매체의 분야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길 텐데 그런 변화들에 스마트하게 적응해나가고 싶어요. 결국 오래 살아남고 싶다는 거죠. (웃음) 또한 꾀부리지 않고 정도를 걷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다양한 배역에 욕심이 나죠. 그런데 정말 기회가 된다면 스릴러 장르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무지막지하고 무자비한 악역도 욕심이 나는 배역 중 하나입니다.
제게 귀감이 되는 선배 배우님들이 정말 많은데요, 요즘은 <무뢰한>에 출연하셨던 김민재 배우님의 연기를 보며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민재 선배님만의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데뷔를 앞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굵고 길게 못 간다고 해도 비록 조금은 얇더라도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저도 아직 신인배우라 인터뷰에서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은 없지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같이 파이팅 해서 꼭 현장에서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