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사람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모두가 만족한다. 성공의 열쇠는 모른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실패의 열쇠라는 것은 안다.” _ 150p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이미소

배즙을 한 번 팔아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적이 있다. SNS 계정을 파고, 부모님의 과수원 소식을 담은 피드와 함께 판매 게시글을 올렸다. 내심 문의가 오기를 기대하며 수시로 계정을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결과는, 깜깜무소식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현실을 체감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브랜딩 홍수 속에서 SNS에 몇 개의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구매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작가의 성공담이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미소 대표는 20대 중반에 IT 회사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에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간다. 감자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30톤이 넘는 감자의 판매처를 구하지 못해 폐기를 앞두고 딸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시골을 떠나는 게 성공방정식이라 여겨졌을 텐데,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안다.
이때부터 감자를 팔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이미 여러 번의 실패로 마음의 근육은 키워둔 채로 말이다. 22살에 아버지의 닭갈빗집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보라색 감자를 활용한 선식 ‘예뻐보라’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으나 결국 입점 수수료 등 문제로 연이은 실패를 맛본다.
여기서 멈췄다면 지금의 감자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1차 농업과 2차 가공유통을 몸소 경험한 이 대표는 농장 카페를 오픈해 ‘밭’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200여종의 디저트를 고민한 끝에 연 매출 100억을 기록한 ‘감자빵’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감자를 팔아서 성공한 청년 귀농인의 스토리가 아니었다. 숱한 실패를 딛고 성공을 끌어내기까지의 실행력, 리더로서의 가치관,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경험담 곳곳에 녹아 있었다. 3000개 가량의 감자 품종 중 ‘수미’라는 단 한 품종만이 거래되는 국내 감자 시장에서 다양한 품종 개발을 고민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도전하는 이 대표의 행보 또한 기대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레 감자빵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당장이라도 춘천 감자밭 카페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다음날 근처를 수소문해 감자빵을 손에 넣었다. 감자와 똑 닮은 모양의 겉은 쫀득쫀득하고 속은 포슬포슬한 감자빵 또한 책처럼 행복한 맛 그 자체였다. _ 필름(Feel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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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_ 522p
완전한 행복
정유정

다 읽은 뒤 오랜 쉼이 필요했던 책.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잠에 들지 못한 채 자주 깼다. 눅눅하고 찐득한 감정이 들러붙어서 뒤척이길 반복했다.
속도감에 빨려 들어갈 듯한 소설을 오랜만에 만났다. 입체적인 인물과 배경묘사 때문에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살아나 밤새 헤엄쳤다. 소설이 이리도 선명하게 읽히는 건 역시 작가의 힘이 크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행복이 ‘불행의 요소를 제거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자존감은 낮지만, 자기애는 충만한 그녀의 성격이 글 초반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는 타인의 불행을 제물로 삼아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각을 완성해 간다.
작가는 철저히 주인공의 여동생, 딸, 남편 등 주변 인물들의 입을 빌려 주인공의 윤곽을 세밀하게 다듬어간다. 작가는 주인공이 독단적으로 생각하게 된 ‘환경’과 주변 인물들과 부딪히는 ‘갈등 상황’을 마치 판화처럼 섬세하게 파내고 도려낸다. 잔혹하고도 이중적인 주인공의 윤곽이 입체적으로 또렷이 드러날 땐 섬뜩함마저 감돈다.
결국 이 소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돌려 묻는다. ‘행복’으로 연상되는 기억을 떠올려본다. 적당한 온도와 바람을 즐기며 산책 할 때, 여름 밤하늘의 별을 볼 때, 키우는 식물이 파릇파릇 새 잎을 낼 때,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을 때. 인생의 곳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불행 중에도 누군가 손을 잡아준다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은 사칙연산이 아니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행복을 100퍼센트로 채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주인공이 행복을 강박적으로 ‘소유’하러 들었을 때 행복은 더 멀리 뒷걸음질 쳤다. 행복을 결과로만 여기게 되면 중간의 과정들은 모두 삭제할 대상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순간의 무한반복이다. 행복은 늘 주변에 있고 발견해 나가는 것일지 모른다. 행복한 주말만 기다리며 평일을 없애버릴 순 없는 일처럼. 인생이라는 선로 곳곳에 행복이 놓여있다.
수많은 행복 속에서 살고 있을 누군가가, 몰입도가 뛰어난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522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첫 장을 펼치면 몇 시간 뒤에 마지막 장을 덮어야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_은행나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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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가 다른 마음으로 다른 궤도에서 저마다의 세계를 살아간다. 때문에 아무리 친밀한 사이에서도 서로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가 다르게 지각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사실 뿐이다. 이런 겸손한 태도로 서로를 바라볼 때 이해가 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존중이야말로 자신과 타인 모두가 각자의 궤도 속에서 저마다의 빛을 내면서 동시에 서로 돕고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_ 226p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송주연

“선을 그어야 연결된다.” 가장 인상 깊게 남은 한 마디였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는 남의 선을 쉽사리 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조차 선을 지키지 못하고 가혹하게 굴기도 한다. ‘내가 나로 사는 것’을 막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두는 법을 상담심리사의 치료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선 긋기는 크게 세 가지다.

1. ‘자신’의 상처, 강박적 사고, 고정관념과 거리두기
2. ‘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나 자신 지키는 법
3.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편견, 사회적 통념’과 거리두기.

세 챕터 모두 인덱스를 여러장 붙일 만큼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첫째 챕터 ‘내 자신과 거리두기’였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라고 배워본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남에게 친절히 해라’는 말을 배우지만 내 감정을 살피고 보듬는 법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 사회에서 자란 우리는 남의 감정을 돌보느라 내 감정을 종종 도외시한다. 거절할 때 하지 못하고, 감정과 욕구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해 좌절하고 무기력에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기도 한다.
선을 그어 나를 지킬 때, 나를 잘 지킨 사람들이 순수한 의도로 남을 도울 때 더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타인을 존중하듯, 내 감정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나를 존중하는 연습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 한밤의책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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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만지

@manji_library book reviewer

책 읽기, 독서 모임, 글쓰기, 책 나눔, 필사를 좋아하는 북 리뷰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기차를 타고 가는 출퇴근길에는 책을 읽는다. 주말에는 종종 독립서점 '살롱드 북'에서 책방지기를 하고 있다.

살롱드 북 @salon_book ——— 관악구 봉천동 작은 골목에 위치한 독립서점. 낭독회, 독서모임, 글쓰기 클래스 등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salon’의 어원처럼 문화적 소통의 공간을 지향한다. 심야까지 운영하여 맥주, 와인, 위스키 등 술 한잔과 함께 머물수있는 동네 책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