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KoBPRA _ 송영웅 이사장 인터뷰

회원의 힘은 새로운 20년의 초석입니다

 INTERVIEWER 박여진   PHOTO 백홍기
지난 2021년 6월, 제6대 사단법인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신임 이사장으로 송영웅 이사장이 취임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취임식 없이 협회보를 통해 취임사를 전달했다. 2022년 새해 첫 웹진에서는 설립 당시부터 협회에 몸담았던 송영웅 이사장을 만나 협회의 지난 20년과 새로운 20년의 비전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업무협조 유공 문화부장관 표창을 수상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영광스럽죠.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받아서 그런지 감회가 더 새롭습니다. 정부와 긴밀하게 업무 협조를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입장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아마 그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주신 것 같습니다.

협회의 다양한 업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수행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 협회는 저작권신탁관리 단체입니다.
영상저작물의 권리관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개인적으로 권리를 보호받는 일이 꽤 어렵습니다.

그래서 협회가 방송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을 포괄적으로 신탁 받아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정부의 허가 사업이며,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협회 초창기 저작권법 인식은 어땠나요?
지금의 저작권법으로 바뀐 지 20여 년 정도 되었는데요, 그 이전에는 연기자의 권리는 없고 방송사가 권리를 가지고 있었죠. 1999년 7월에 개정된 법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지금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사장님 역시 연기자의 길을 걸어오셨기 때문에 현장의 입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방송 실연자의 저작권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1994년 저작권법이 개정된 이후, 방송 3사인 KBS, MBC, SBS의 요구로 5년의 유예 기간을 줬습니다. 이후 1999년 7월 1일부터 법이 발효되었죠.

법이 발효된 당시에는 당연히 우리 협회가 없어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에 문화부에서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신탁관리업이 노동조합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를 분리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그래서 지금의 협회로 분리될 때 업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제가 노동조합에서 사무차장직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서 같이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그 시기에 제가 그 장소에 있었던 거죠.

그래도 노동조합에서 일하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런 권리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당시 제작 현장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죠. 주변에서 그런 상황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그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협회 설립 초창기는 어땠나요?
처음에는 정신없었죠. 돈도 없었고요.
노동조합 창고의 벽면을 뜯어낸 공간을 빌려 사무실로 사용했는데 가로세로 2m 남짓 되는 공간이었어요. 당시 김기복 상임 부이사장님과 저밖에 없었죠. 책상이 하나밖에 없어서 저는 6개월 동안 책상 없이 서서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하지만 환경적 조건보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업무였습니다. 노동조합과 3년의 협약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분리된 우리 협회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인 고난의 길이 시작되었어요. 단 2명이 거대한 방송사와 협상을 체결하는 모양이었으니까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설움도 많이 당하고 싸움도 하고 (웃음) 그랬죠.
2001년 당시 198명의 협회원으로 출발한 협회는 2022년 현재 60배 이상 증가한 1만 3천여 명의 협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탤런트, 코미디언, 성우, 방송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탤런트는 9천 명이 넘으며 총 회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정말 눈부신 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예전과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어려움이 지금도 있을까요?
늘 있죠. 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옵니다.
특히 케이블 TV나 종편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그런 것 같아요.
현재는 유튜브,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이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OTT로 인한 방송 시장의 변화에 협회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위기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위기의 측면에서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저작권법은 국내의 미디어 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과 복잡한 통상관계가 그 기저에 깔려있어요.

1994년에 개정된 저작권법도 결국 한국의 위상이 개발도상국에서 신흥국으로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절차를 밟았다고 볼 수 있죠. 세계 무역 질서에 맞는 국내법의 정비가 불가피했으니까요. 그 이후 20여 년이 흘렀고, 한국은 이제 콘텐츠 시장 규모로만 따지면 세계 7위권의 국가가 되었죠.

이런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인 점이고, 진통은 따르겠지만 현재의 저작권법도 한국의 위상을 받쳐줄 수 있는 수준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협회의 역사는 소리 없는 전쟁터를 지나온 느낌이 듭니다. 지금까지 이끌어온 동력은 무엇일까요.
상생에 대한 이해가 협회의 동력입니다.
저작권법은 문화산업입니다. 영상물 시장을 구성하는 실연자와 영상제작자 그리고 방송사가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관계죠. 그래서 상대방을 죽여 나만 살겠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 상생하고 같이 발전해 나아가야 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작권에 관한 인식’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나 힘든 점이 있을까요.
아직도 저작권료를 직접 제작비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안주거나 주더라도 최소한으로 준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한 편이죠.

하지만 이제 국내 시장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한국도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면서 결국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통상 문제를 저작권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팔기 위해 우리도 적법하게 사와야 한다는 기류가 많이 안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부족한 인식보다 더 힘든 부분은 저작권법의 개정 문제입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낸 적이 있어요. 정말 어렵게 발의했는데 그냥 폐기되어버렸죠. 21대에도 관련 단체를 통해서 다시 발의했는데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취임사에서 앞으로의 20년을 열어가기 위해 ‘회원의 힘’을 언급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면을 강조하신 건가요.
지금은 회원 개개인의 저작권 인식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자신의 출연 계약서를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협회로 문의를 합니다. 그러면 협회에서 검토하고 의견을 전달합니다.
이런 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 한 명의 힘이 뭉쳐서 10명의 힘이 되고, 이렇게 협회원 1만3천 명의 힘이 모이면 제작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회원의 힘’에서 나온다는 뜻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도 침해당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회원 개개인이 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힘을 한 곳으로 뭉쳐야 하고, 뭉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우리 협회입니다.

이런 움직임이 우리 협회를 넘어서 문화산업 전반으로까지 번지고 여기에 정책적인 문제 또는 시장의 변화와 합이 맞았을 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낼 수가 있다는 거죠.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 주장이 경제적인 분배 이외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점이 있을까요.
저작권신탁관리업이 좁게는 실연자 개개인의 경제적인 이익 분배이지만, 크게 보면 미디어 시장의 선진화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볼 수 있죠. 이 점은 궁극적으로 저작권법의 목표와 일치합니다. 결국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 생산국이 되고, 그것을 위한 다양한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 협회의 역할입니다.

우리 협회는 미디어 시장에서 2차 시장입니다. 1차 시장의 발전 결과라고 볼 수 있죠. 제작 시장을 몸통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꼬리 부분에 해당하죠.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는 없지만, 몸통이 딴 데로 빠지려는 것을 견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몸통을 견제할 다양한 영역의 활동이 모여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면, 한국의 문화 산업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고 그 지위가 공고해진다고 보는 거죠.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러한 미래와 비전이 있어야, 이를 토대로 가치관을 공유하고 확대하여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